아파트<12층>에 사는 여자가 너무 살기가 힘들고 괴로워서 세상을 하직하기 위해 뛰어내렸다.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녀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.
<11층>에는 금실이 좋기로 소문난 부부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. <10층>에서는 항상 밖에 다닐 때마다 밝고 유쾌하게 잘 웃던 남자가 혼자 앉아 울고 있었다.
<9층>에서는 남자들과 말도 잘 섞지 않던 여자가 바람피우고 있는 게 보였다.
<8층>에서는 건강하기로 소문난 여자가 한 움큼씩 약을 털어 넣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. <7>층에서는 돈 많다고 자랑하던 남자가 전화로 누군가에게 애걸복걸하며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.
<6층>에서는 듬직하고 멋있게 다니던 남자가 여자 속옷을 입고 서성대는 모습이 보였고, <5층>에서는 닭살 커플로 알았던 연인은 이별하기 직전의 표정이었다. <4층>에선 남녀 관계가 복잡하던 할아버지가 홀로 고독하게 울고 있었다. <3층>에선 이혼한 뒤 남편을 욕하고 다니던 여자가 남편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. <2층>에서는 자식들만 자랑하던 엄마가 아이들을 사정없이 때리면서 ‘너희들 때문에 못 살겠다’고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다.
추락하는 여자는 생각했다. <12층>에서 뛰어내리기 전에는 ‘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구나’ 생각했는데, 지금 보니 저마다 말 못 할 사정과 어려움이 다 있었다. 돌이켜보니 사실 나는 그렇게 죽을 만큼 불행한 건 아니었다.
내가 봤던 사람들이 떨어져 죽은 나를 보면서 ‘세상에 죽고 싶을 만큼 속상한 일 한두 개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?’고 면박을 줄 것 같았다. 그런데 이미 내린 결정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었다.
이윽고 지면에 솟은 큰 돌이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. ‘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끝이구나!’ 짧은 순간이지만 한평생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.
숨 막힐 만큼 엄청나게 후회하고 발버둥 쳐봤자 이제는 너무 늦었다. 추락하는 <12층> 여자 같은 후회를 안 하는 비결은 “감사와 기도”다.
“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라.(딤전4:4-5)